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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의 장례를 마치고

  • yoda 

삼우제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순창에서 서울까지 구급차를 타고 올라와, 중환자실로 옮긴 후 다시 1인실로 옮겨져 임종을 맞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열흘 정도. 올 추석에 뵈었을 때만 해도,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지팡이를 집고 걸어다닐 수 있었는데, 그렇게 치면 멀쩡히 걸어 다니시던 분이 돌아가시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3개월이 안되는 듯 하다.
69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고, 만약 나도 저런 정도 산다면 이제 남은 시간이 26년 뿐이다. 놀랍구나. 26년이라니. 태어나서 26년이 되기 까지 얼마 빠르게 지나갔는지 생각해보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새삼스럽다.
장례의 많은 절차들이 실은 남은 사람들을 향한 위안이고 앞으로 살아나가기 위한 제례를 대신하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3일간 상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이하고 적절한 위로의 인사와 식사를 대접하고 보내는 것. 고인을 알던 사람들, 나를 알던 사람들. 내 슬픔의 깊이를 가늠해보고 그에 따라 적절한 수위의 반응을 꺼내어 보이는 것.
내게 다시 죽음이 다가온다면, 그때도 나는 ‘죽기 싫다’라고 말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는 예전과 달라졌는데, 아쉬움은 좀 덜할 것 같다. 혹은, 겪어보지 않아도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은 일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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