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 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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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를 읽은 사람들은 김훈의 독특한 문체를 기억할 것이다.
하나의 사물(사건)을 묘사함에 있어, 그는 사물에 대한 집중을 택하기 보다는 그것들의 다양한 특징을 아우르는 쪽을 선택한다.사물의 여러 속성이 일종의 대칭구조를 형성하면서, 그 의미의 폭이 확대 재생산 되는 구조. 그러한 수법은 김훈의 새로운 소설 '현의 노래'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으며, 그 깊이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봄마다 새 풀 돋는 무덤들은 연두색으로 빛났고, 겨울에는 눈 덮힌 봉분에 칼바람이 부딛쳐 새파란 하늘로 눈보라가 날렸다. 하늘이 팽팽한 겨울 저녁에 노을에 비낀 흰 봉본들은 보랏빛으로 젖어들며 밤을 맞았다….”

봄-겨울, 새풀-칼바람, 연두색-눈보라…

현의 노래는 가야금을 만든 우륵에 대한 이야기이며, 덧없이 스러져간 가야왕국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첫 대목은 왕과 함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순장자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도망가는 이도 있고, 포기하는 이도 있으나 어떻게든 순장은 치뤄진다'라는 이야기.

칼의 노래에 이어 계속되는 일련의 '체념투'는 아마 김훈이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다르지 않으리라. 개인이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무엇이라는 다소 비관적이며 다소 냉소적인.

출근길에
순장을 피해 달아나는 시녀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지, 설핏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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