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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세 번역이 모두 그르지 않은 것은, 고대 희랍인들에게 아름다움과 어려움과 고결함이 아직 분절되지 않은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말을 잃은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의 입맞춤은 세상의 끝에 있다는 거대한 폭포를 향하듯 위태하고 가엾다. 한강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말에 올라타 곡예를 하듯 아슬한 글을 쓴다. 그녀의 문학적 생명이 부디 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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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엔도 슈샤쿠의 ‘종군사제’라는 단편 소설을 읽다가 알제리가 궁금해졌다. …짐승 모양을 한 이 대륙에 도착한 날과… 짐승 모양이라니? 한반도처럼 토끼나 호랑이를 끼워 맞춘다는 것인가. 구글링해보니 알제리는 동물이라기 보다는 도형에 가까운 형상이었다. 그러면서 알제리가 세계에서 열번째로 큰 나라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아프리카 대륙 꼭대기에 위치한 것을 보고는 좀 놀랐다. 사우디 아라비아 곁에 어디 쯤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트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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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유령 (강희진)

유령 – 강희진 지음/은행나무 작년 7월에 산 책을 이제서야 마쳤다. 몇몇 지인이 책을 내거나 당선이 되거나 했지만, 희진형은 특별하게 기쁘다. 중후반까지 제법 흡입력 있게 읽히는 소설의 후반부는 다소 맥이 빠지고 특히 정주 아줌마의 유서에 쓰인 문장은 너무도 유려해서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 그러나 탈북자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현실 세계의 여러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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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강희진兄의 세계문학상 수상

유령 – 강희진 지음/은행나무 출근 길에 좋은 소식을 하나 들었다. 내 학창 시절을 함께 지낸 兄의 문학상 수상 소식. 형은 늘상 담배를 손에서 떼지 못했던 사람이었고 진지한 사람이었고 장례식장에서도 뭔가 생각이 나면 메모를 하는 열의가 있었고 뚝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형의 원고를 타이핑하기도 했고 교정을 보기도 했었고 내러티브나 상징이나 표현에 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었다. 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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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0 비프스튜 자살클럽

비프스튜 자살클럽 –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이은정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제목, 표지가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브라질 소설(브라질 작가로는 파울로 코엘뇨 정도?)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른 책이었는데, 읽고나니 별 감흥이 없다. 추리소설을 기대해서였는지도 모르겠는데,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닐 뿐더러  문제의식이나 구성, 문체 등 모든 것이 매우 가볍고 경쾌하다. 삶이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누군들 한번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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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0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지난 달 다녀온 도서박람회에서 싸게 얻어온 책 중의 하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는 정말이지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그 후속작인 신/나무/뇌/타나토스 등에는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은 지식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그것을 왜곡하지 않고 재해석하거나 더 큰 의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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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0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담도 이브도 없는 –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문학세계사 이 책을 두권이나 샀다. 이미 읽으려고 사 놓았는데, 없는 줄 알고 또 산. 전작주의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나중엔 집착이나 의무 같은 게 되기도 한다. 슬슬 아멜리 노통이 지겨워지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첫사랑에 관한 담담한 진술이지만 웬지 모두가 사실일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린리’는 애초부터 가공의 인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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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0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송은주 역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잘 지키지 못한다. 틈이나면 스마트폰을 열어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예전처럼 뭔가의 감흥을 남기고 평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난 무엇에 이렇게 지쳐있는 것일까? 각설하고,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권한다. 난 이 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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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0 Double side A – 박민규

더블 – 전2권 – 박민규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박민규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다. 2006년 핑퐁 이후 손대지 않은 그의 작품을 다시 여는 순간 나는 감동했다. “多感, 하소서”라는 의미 심장한 책 표지부터 시작하여 “나는 흡수한다/ 분열하고, 번식한다/ 그리고 언젠가/ 하나의 채널이 될 것이다”라는 서언을 필두로 그의 작품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경구로 가득하다. 죽음도… 저런 걸까? 행여 삶이란 허물을 벗고, 또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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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겨울 여행 – 아멜리 노통브

겨울 여행 – 아멜리 노통브 지음, 허지은 옮김/문학세계사 올해 두번째로 읽은 아멜리의 이 작품은, 9/11에 영감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던 그 해. 그 해, 이 소설이 나오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미국의 어떤 여성 언론인은 “9/11은 매우 유감이지만, 이것이 국가 권력이 강화되고 대중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