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자유 (10/10)

오래됐지만 매우 강력히 추천합니다.

위노나 라이더의 얼굴 하나를 보고 고른 작품인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위노나 라이더의 매력은 중성미였지’

이런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대충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피 골드버그’가 나옵니다. ‘어라? 우피 골드버그도 나오네?’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안젤리나 졸리’가 나오고, 이어서 ‘브리트니 머피’까지.

저는 자세를 바로 잡고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드카 한병에 아스피린 한통을 섞어 먹은 수잔나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는데, 사실 수잔나가 미친 것인지 아닌지는 영화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들지요.

정신병원에 수감된 이후 수잔나는 여러 환자들과 같이 생활하게 되는데 그들 역시 정상과 비정산의 경계가 모호한채로 우정을 쌓게 됩니다. 모든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진 솔직한 모습은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입니다.

애초에 미쳤다는 표현이나 진단은 뼈가 부러진 골절과는 달리 애매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푸코는 이런 정신 병원의 이면에 정치적인 권력 관계가 숨어 있음을 지독하게 밝히기도 했었고.

쉽게 웃고 그만큼 슬퍼하고 절망하고 작은 상처에 죽음을 선택지로 놓기도 하고 가끔은 손목에 뼈가 없어졌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들 모두 정상의 범위에서 단지 조금 벗어나 있을 뿐인 자유로운, 좀더 과감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잔나는 바로 이 정신병원에서야 처음으로 자유를 만나게 되었겠지요.

불안정한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카메라 워크, 묵직하고 무겁고 재미있는 스토리, 간결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대사, 지금은 당대를 지배하는 여배우들의 오래된 모습까지,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리얼리즘이 주는 감동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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