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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자동차가 리에즈시 외곽의 리에즈 병원을 지나 발랑솔르 방향의 D6 도로로 좌회전 하자 굵은 비가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D6 도로는 차 두 대가 나란히 서면 꽉 차는 도로였지만 운전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사실 좁지 않았고 양 옆으로 펼쳐진 풀밭과 높고 낮고 넓게 펼쳐진 나무들, 그리고 옅은 주황색 벽돌담과 사잇 길 끝에 궁금한 입구를 내보이는 집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나무 밑을 지날 때 마다 차 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불규칙적으로 끊어젔다.

툭툭 툭 툭툭툭툭

자동차 위로 비를 막아 서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의 밀도에 따라 빗소리는 짙고 옅은 적막을 만들어 냈고 빗소리가 끊어지는 시간이 짧을 수록 더 깊은 고요가 남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자동차 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비와 나무와 자동차 사이로 아주 무겁고 어둡고 느린 첼로 소리가 끼어들었다. 카밀 토마스의 ‘Dido and Aeneas’였다.

“첼로가 아니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은 아니 첼로는 슬픔이 넘쳐. 첼로 어딘가에 검지 손가락 하나만 튕겨도 울음이 터지듯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날거야. 첼로에서 그런 소리가 나도 나는 이해할 수 있어. 그리고 첼리스트는 슬픔을 참느라 두 눈에 실핏줄이 가득할 테고, 아랫 입술은 피가 나도록 꽉 깨물고 있겠지. 이런 첼로 소리는 구렁이처럼 내 목을 졸라 숨을 쉴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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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의 1개의 댓글

  1. 후두두둑. 창문에 와 부딪히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빗소리에 잠이 깨기는 또 처음이었다.
    창문을 내다보니 거대한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투명한 물이 덩어리져 쏟아지고 있었다.
    비는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이리저리 무리를 지었고 무슨 목적을 가졌는지 계속. 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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